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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교육의 핵심 (국영수, 문해력, 과학 문해력)

fjasu 2026. 3. 2. 22:02

2024년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모두 인공지능 관련 연구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저는 수능을 앞둔 아들에게 했던 위로가 과연 맞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I 시대니까 성적이나 대학이 덜 중요할 거야"라고 말했던 제 자신이 혹시 본질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문해력과 독해력의 차이, 그리고 AI 시대의 의미

많은 분들이 문해력을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깊은 개념입니다. 여기서 문해력(literacy)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말하고 쓸 수 있는 종합적 언어 능력을 의미합니다.

저는 아들에게 늘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창의적 사고만이 AI 시대에 살아남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세기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독해력(reading comprehension)을 갖게 된 시대였고, 이는 사회 전반의 합리성을 높여 경제·정치·과학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발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특히 AI가 본격화되는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문해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과학 문해력(scientific literacy)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능력이 필요해졌습니다. 여기서 과학 문해력이란 과학 지식을 무한정 쌓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언어, 즉 수학적 사고와 표현 방식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출처: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은 너무 빠르게 발전합니다. 제가 대학원 시절 처음 KBS 9시 뉴스에서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검은 구멍을 연구한다고?"라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치원생도 "너는 내 마음의 블랙홀이야"라고 은유적으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과학 지식을 모두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지만, 과학의 기본 언어인 수학을 이해하면 새로운 개념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국영수가 AI 시대에 더 중요한 이유

일부에서는 "AI 시대에는 국영수 중심 교육이 필요 없다"라고 말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AI 도구들을 사용해 보니 정반대였습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오히려 국어·영어·수학의 기초가 더 탄탄해야 합니다.

중세 대학 교육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년제 유니버시티에서는 1학년 때 문법·논리학·수사학(지금의 글쓰기), 2학년 때 음악·산술·기하·천문학(모두 수학 기반)을 배웠습니다. 결국 중세부터 지금까지 교육의 핵심은 국어와 수학, 두 가지 언어였던 셈입니다.

AI와 소통하는 방식도 결국 언어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AI에게 정확한 명령을 내리기 위해 언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국어 능력이 부족하면 AI에게 원하는 걸 제대로 요청할 수 없고, 수학적 사고가 없으면 AI가 제시하는 데이터나 논리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대학 입학 후 경제책과 영어만 공부하라고 했던 조언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고전을 섭렵한 뒤 경제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 고전은 인간 본성과 사회의 기본 가치를 이해하는 토대가 됩니다
  • 경제학은 그 위에 쌓이는 응용 학문입니다
  • 영어는 글로벌 시대의 필수 도구입니다

수학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수학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 수학 문제를 보면 국어 능력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듭니다. 국어가 되어야 수학도 할 수 있고, 영어도 배울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학에서 시작하는 진짜 교육

고대시대 교육하는 이미지

그렇다면 국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합니다. 그 시작은 문학입니다.

인문서나 과학책은 정보를 많이 주지만 독서력 자체를 키워주지는 못합니다. 너무 논리적으로 쓰여 있어서 수동적으로 읽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문학은 다릅니다. "어제저녁에 뽀뽀하고 난리가 났는데 오늘 갑자기 왜 헤어집니까?" 같은 문장을 읽을 때 우리는 그 상황을 상상하고, 맥락을 추론하고, 감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역설적이게도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근본, 사회의 기본에 대한 정의가 더 바로 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AI를 사용하기 전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다루기 전에 올바른 가치 정의와 도덕적 개념 숙지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도덕적인 인간이 다루는 AI가 도덕적일 것이고, 그 AI가 다시 인간 사회의 수요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육과 가르침을 우리는 고전과 문학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문학까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고전에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제 아들에게 대학 입학 전까지 고전 50권을 읽으라는 새로운 숙제를 내줄 생각입니다.

AI 시대일수록 과학기술보다 먼저 고전을 읽어 인간이 바로 서야 하고, 앞으로 교육의 방향도 이것에 중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문학만큼 인간을 강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문학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인간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진짜 문해력이 자라납니다.

결국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국영수이고, 그 시작은 문학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판단력과 가치관,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 능력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문학은 아주 괜찮은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4p-7dTLdK8